허베이대 박사논문의 가짜 문헌과 사료

없는 책, 없는 유물, 없는 발굴 보고서. 이 논문은 박사심사를 통과했다.
중국 허베이대의 2026년 박사논문에는 전 30권짜리 책의 ‘31권’이 나온다. 1995년에 발견된 묘지명은 송나라 책에 실렸고, 1922년 출토 유물은 청나라 지리지에 등장한다. 폭로자는 참고문헌 한 쪽 29건 중 28건을 찾지 못했다.
AI가 썼는지는 아직 조사 전이다. 가짜 문헌과 뒤섞인 연대는 원문 대조만으로 확인됐다.
출처: 위챗, 즈후 10/5~10/7
논문과 문제 제기
문제가 된 글은 허베이대 문학박사 학위논문 ‘요나라 비문 연구’다. 2026년 제출돼 중국지식망에 수록됐고 DOI도 부여됐다. 논문은 요나라 묘지명과 비문을 문학·역사 자료로 분석한다.
10월 5일 위챗 공식계정 ‘싼츠자이’가 논문 원문과 고전 문헌, 발굴 보고서, 학술지 목차를 페이지별로 대조했다. 이틀 뒤 관련 질문은 즈후 인기 목록 12위에 올랐다.
논문의 AI 사용 여부를 판정한 학교 조사는 아직 없다. 다만 문제 제기 글이 제시한 인용 오류는 AI 탐지 점수와 무관하게 원문 대조가 가능하다.
시대상 불가능한 인용
논문 34쪽은 송나라 금석학자 자오밍청이 편찬한 ‘금석록’ 31권에 1995년 발견된 요나라 묘지명이 실렸다고 적었다.
‘금석록’은 전 30권이다. 해당 묘지명은 1995년 네이멍구에서 발견됐고 2004년에 정식 연구가 나왔다. 송나라 사람이 보았을 수 없는 유물을 존재하지 않는 31권에 배치한 셈이다.
뒤이어 비슷한 인용이 반복된다.
- 1922년에 발굴된 요나라 황후의 애책이 청나라 시대 금석학 책에 수록됐다고 서술
- 1922년에 나온 거란 문자 애책을 건륭제 시기 지방지가 기록했다고 서술
- 1976년에 발견된 묘지명을 20세기 초 연구사에 포함
- 2022년 신장에서 발견됐다는 야율대석 공적비와 발굴 보고서를 제시했지만, 해당 유물과 보고서를 공개 학술 자료에서 찾을 수 없다는 지적
실재하는 유물을 가져와 출토 연도와 장소를 새로 만든 사례도 있다. 장사충 묘지명은 1927년 랴오닝에서 발견됐는데 논문은 2022년 허난 카이펑 출토라고 썼다. 논문에 인용된 7언시는 공개된 묘지명 원문에서 찾을 수 없고, 중국지식망 전문 검색에서는 이 박사논문에만 나타난다는 것이 폭로 글의 대조 결과다.
참고문헌 대조
싼츠자이는 논문 304쪽의 참고문헌 29건을 학술 데이터베이스와 각 학술지 목차에서 확인했다. 실재가 확인된 것은 1건이었고 나머지 28건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저자 이름과 실제 학술지 이름은 맞지만 해당 연구자가 쓰지 않은 논문 제목을 조합하거나, 실제 책의 출판사와 연도를 바꾼 형태가 많았다.
즈후 최다 추천 답변 작성자는 참고문헌을 더 넓게 확인했다. 30번부터 70번까지의 논문을 모두 찾지 못했고, 70~113번도 중국지식망에서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논문이 열거한 고고학 발굴 보고서 153건 가운데 임의로 고른 6건 역시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대학이나 학술기관의 전수조사 결과가 아니라 커뮤니티 작성자들의 검색 결과다. 개별 문헌이 비공개 자료나 다른 표기로 존재할 가능성까지 배제한 최종 판정은 아니다. 그러나 전 30권인 책의 31권, 유물의 발견보다 수백 년 앞선 인용, 실제 학술지 목차에 없는 논문은 비공개 자료로 설명하기 어렵다.
AI 사용과 확인된 오류
대규모 가짜 참고문헌, 실제 연구자·학술지·연도를 그럴듯하게 섞은 형식, 서로 떨어진 원문을 한 문장으로 합친 흔적 때문에 폭로 글과 즈후 답변들은 생성형 AI 사용을 의심했다. 논문이 2026년 제출됐다는 점도 의심을 키웠다.
그러나 문헌 오류가 곧 특정 AI 도구를 사용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저자와 지도교수는 수집 시점까지 공개 답변을 내지 않았고, 허베이대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학교 조사가 나오기 전까지 특정 도구의 사용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 존재하지 않는 문헌과 시대상 불가능한 사료 인용은 공개 자료만으로도 대조할 수 있다.
허베이대가 2025년 학부 졸업논문에 적용한 지침은 AI로 완성 논문이나 핵심 연구성과를 생성하는 행위와 허위 데이터·정보 생성을 금지한다. AI를 사용했다면 도구명, 용도, 버전을 밝히도록 했다. 이 학부 지침이 2026년 박사논문에 같은 형태로 적용됐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심사 과정
학위논문은 주제 승인, 중간평가, 예비심사, 외부심사와 답변을 거친다. 이 논문은 그 절차를 마치고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지식망에도 올라갔다.
일반적인 표절 검사는 제출 문장을 기존 자료와 비교해 겹치는 비율을 찾는다. 실제 문헌을 베끼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제목과 인용문을 새로 만들면 겹침은 낮아질 수 있다. 가짜 문헌의 진위를 판별하려면 참고문헌 데이터베이스 조회, 원문 페이지 확인, 유물의 출토 기록 대조가 따로 필요하다.
논문 34쪽의 ‘금석록 31권’은 책의 전체 권수만 확인해도 드러난다. 1922년에 발굴된 유물을 청나라 책이 인용했다는 서술도 출토 연도와 한 번만 대조하면 된다. 여러 심사 단계가 있었지만 이 기본 확인은 작동하지 않았다.
원전 대조 기준
생성형 AI 논문 문제는 문체가 기계처럼 보이는지, AI 탐지 점수가 몇 퍼센트인지에 머물지 않는다. 연구의 근거가 실제로 존재하고, 인용한 위치에 해당 내용이 있으며, 연구 대상의 출처와 연대가 맞는지가 판단 기준이다.
AI가 만든 문장을 사람이 다듬으면 문체 탐지는 어려워진다. 반면 문헌명, 권수, 출토 연도, 학술지 목차는 확인할 수 있다. 허베이대 사례에서는 AI 사용 여부를 가리는 일보다 논문의 근거를 원자료와 대조하는 일이 먼저였다.